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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뉴시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벌써 두 달이 훌쩍 지나가 버렸지만 유가족은 물론 온 국민이 기약 없는 트라우마에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당시 통일된 지휘체계하에서 구조대원이 투입돼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응을 했더라면 좀더 많은 인명피해를 줄이고 조기에 수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결국 3개월여간에 걸쳐 수색을 계속하던 중 강원도 소방헬기가 추락해 우리는 소중한 베테랑 항공대원 다섯 명을 먼저 보보낼수 밖에 없었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에서는 국가안전처를 신설중에 있지만 소속만 바뀐다고 현장대응이 잘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회에 계류중인 정부조직법은 지휘체계를 두 단계나 더 다단계함으로써 오히려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생각도 해봐야 한다. 이쯤에서 우리는 소방사무의 기본개념부터 정립해야 한다.
소방업무가 행정학에서 거론되기 시작한 20세기 초부터 소방업무는 고유의 자치사무로 인식해 왔다. 100여년 전 행정학 개념이 정립되면서 소방사무는 고유의 자치사무로 분류해 왔고 당시 사회 환경에 비추어 볼 때 소규모 도시에서 발생하는 화재만 진압하는 단순한 업무이고 보면 이견이 있을 수 없었다
학문이란 것이 용어의 정의가 확정되면 그 개념이 자주 바뀌어서는 혼란이 가중 될 있다. 하지만 국민소득 3만불을 앞두고 있는 현시점에서도 관료는 물론 학계 마저 '소방은 자치사무'라는 고정관념이 깨어지질 않고 있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그 동안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대형재난이나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때 전통의 행정학 이론으로는 보다 유용하고 합리적인 현실적 대안을 찾을 수가 없다.
우리나라의 소방은 화재진압은 물론 응급환자를 이송하고 육상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고에 119구조대가 투입되며 자연재해나 인위적 재난을 막론하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모든 재난의 초기 수습을 총괄하고 있다.
재난대응에 있어 골든타임을 허비해 버리면 사고의 규모나 피해는 가늠할 수가 없다. 뉴욕에서 발생한 카트리나가, 후쿠시마 원전사고 수습 책임이 자치단체에만 있었던가, 2000년대 우리나라에 피해를 준 태풍 루사나 매미의 수습업무가 자치단체업무였던가, 동해안 산불은, 대구지하철 사고는, 모두가 자치단체에서 책임을 져야만 했던 것인가.
중앙의 조직관리 부서에서는 소방사무는 고유의 자치사무이기 때문에 국가화가 불가하고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가 안된다고 한다. 관료들은 대학시절이나 고시 임용시험을 볼 때 소방사무가 자치사무라는 고정관념이 머릿속에 꽉 박혀서 어쩔 수 없다라고 하자.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수많은 행정학자들은 뭘 하는 사람들인가. 아직도 자치사무라는 개념이 관료들보다 더 깊숙이 자리 잡고 있어 진정 떨쳐 버릴 수가 없다는 건가. 얼마 전 모 교수가 소방업무는 고유의 자치사무이기 때문에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지방자치에 역행한다고 했다.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가. 왜 우리나라에서는 세계적인 행정학자가 나올 수 없고 새로운 행정이론이 정립될 수 없다는 말인가.
우리나라 소방은 1992년부터 소방사무를 기초자치단체 업무에서 광역자치단체 업무로 전환해 운영하고 있다. 20여년 이상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 왔지만 아직도 광역자치단체의 지방재정 자립도에 따라 인력이나 예산, 장비보강 등에 지역적 편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소방사무를 국가사무로 전환하고 소속공무원을 국가직화 해 모든 국민이 균등한 소방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보장이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소방사무가 자치사무란 낡아버린 학문적 개념 때문에 국가사무화가 당장 어렵다면 소방업무를 국가안전처로 이관하더라도 소방업무 만큼은 독립된 지휘체계를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학계에서 먼저 '소방에 대한 기본개념'부터 재정립 되기를 기원해 본다.
2014. 8. 5 /강원도 원주소방서장 김상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