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마당
언론보도
본문 시작
"소방관이 우리 가문 天職(천직)인가봐요"
'3代 소방가족' 이기환 소방방재청장
아버지는 25년 전 순직, 외아들은 2년차 새내기
이기환(56) 신임 소방방재청장은 3대가 소방관인 '소방가족'이다. 25년 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 이극의씨는 대구 동부소방서장을 지냈고 외아들 강민(30)씨도 지난해부터 강원도에서 소방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이 청장은 경북청도 출신으로 영남고를 나와 1979년 소방간부후보생 2기로 소방관에 입문했다. 이후 대구지역 소방서장과 부산시 소방본부장, 소방방재청 소방정책국장,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장을 거쳐 2009년 11월부터 소방방재청 차장으로 일하다가 이번에 청장 자리로 직행한다. 소방 분야의 최요직, 그러면서 힘든 자리를 두루 거쳤다.
그는 최근 "후배들을 위해 자리를 비켜주겠다"며 차장 사직서를 냈었다. 그리고 21일 고속철을 타고 청도에 있는 모친 산소를 돌보러 가다가 청장 발령 통보를 받고 다시 왔다. 모친은 골절상으로 3년간 투병하다가 지난달 19일 작고했다. 그는 "3대가 소방관으로 봉사해온 점을 높이 평가해준 것 같다"고 했다.
이 청장은 소방관으로 밤낮 뛰어다니던 아버지를 보면서 '나도 소방관이 천직(天職)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한다. 1976년 대구 서문시장, 1977년 대구 남문시장 화재 때 소방관들이 사투(死鬪)를 벌이는 모습을 보고 '보람있는 일이겠다'고 느껴 뛰어들었다. 부자(父子) 소방관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1986년 구미소방서장으로 일하던 아버지가 화재 현장에서 돌아와 사무실에서 남은 일을 보다가 쓰러져 순직(殉職)했을 때는 "만감이 교차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초대 서장을 지낸 대구 동부소방서에는 그가 8대 서장으로 부임하기도 했다.
고졸인 그는 뒤늦게 대학 문을 두드렸다. 1991년 방송통신대, 1993년 경북대 행정대학원(석사)에 이어 2003년 대구대 행정대학원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한양대를 나온 아들이 "저도 소방관이 될래요" 했을 때 그는 처음엔 "이건 너무 힘드니 다른 일을 찾아보자"고 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마음을 바꿔 "보람을 찾으려 하면 훌륭한 직업이니 해볼 테면 해봐라"고 거꾸로 권했다. 이렇게 3대 소방관 가족이 됐다. 이 청장은 "(손자가 소방관이 됐다는 소식을)돌아가신 아버지가 들으셨다면 무척 기뻐하셨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소방관으로서 자부심이 강하고 조직 관리력도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최근 일선 간부 소방관들이 전임 청장의 '실적주의'에 반기(反旗)들 드는 등 조직이 어수선해 마음이 무겁다. "현장의 의견부터 충분히 들어야죠. 그동안의 정책 중에서 바꿀 것은 바꾸고 강화할 부분은 강화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