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뉴시스】이정민 인턴기자 = "소방대원들은 제게 있어서 가족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소방대원들의 생명을 자기 목숨보다 아낀다는 조완구(59) 강원 춘천소방서장의 업무 철학은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다.
지난 23일 집무실에서 만난 조 서장은 2010년 부임 후 누구보다도 소방대원의 안전을 신경써온 소방대원들의 아버지와 같은 존재다.
춘천소방서에서 운용 중인 52m 고가사다리의 안정성 문제를 처음 제기한 것도 조 서장이었고, 위험요소 전파용으로 대원들에게 호각을 지급한 것도 조 서장이다.
조 서장에게 왜 그렇게 대원의 안전에 신경쓰냐고 물었다.
"소방대원을 잃으면 정말 마음이 찢어질 것 같습니다. 지난해에도 우리 소방대원 둘을 잃었어요. 매일 같이 먹고자던 내 동료 내 부하가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기분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쓰라립니다."
그는 강원도소방본부에서 행정계장을 맡고 있을 때 일주일 사이에 대원 둘을 잃었다. 당시 재임 중이던 김진선 강원도지사에게 이 사실을 보고한 날의 무거운 마음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한번은 내 밑에 있던 소방공무원 1명이 7층에서 떨어져 순직했어요. 구조작업을 하던 중 퇴로가 막혀 7층 난간에 매달려 있다가 힘이 빠져서 추락한 겁니다. 당시 개인 로프 하나만 챙겨줬어도 아무일 없이 가족의 품에 돌아갈 수 있는 대원이었죠."
그는 가슴 아픈 일들을 통해 작은 배려가 인명사고를 막는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러는 동안 자연스레 대원들의 안전을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로 여기는 안전지킴이로 다시 태어났다.
임기 1년을 남기고 올 6월 퇴임을 결심한 그는 퇴임 후에도 후배 소방대원들을 위해 소방동아리를 결성해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소방대원 안전에 가장 큰 장애는 무엇보다 인력난입니다. 고된 업무로 인해 현장 집중력이 떨어지고 그게 사고 원인이 됩니다. 소방대원에게는 화재 진압이나 인명 구조가 주업무지만 벌집 제거나 잠긴 문을 열어주는 간단한 업무들도 무척 많아요. 제가 소방동호회를 결성해 일손을 덜어주고 싶은 부분이 바로 이런 간단하면서도 빈도가 많은 업무들입니다."
이처럼 퇴임 후에도 후배들을 위해 일하겠다는 그는 말 그대로 소방대원의 아버지와 같은 존재다. 부모 같은 마음으로 내 가족의 안전을 지켜내자는 신념. 구구절절이 쏟아내는 그간의 행적에서 그 신념의 진정성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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