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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골든타임이라는 말을 들어봤는가? 심정지 환자를 소생하는데 있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시간이 ‘생명을 구하는 골든타임’이다. 심정지 상태에서 뇌로 산소가 4분을 넘기도록 공급이 중단된다면 뇌는 회복할 수 없는 상태로 접어든다. 화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화재가 발생하면 통상 5분이라는 시간 안에 불길을 잡을 수 있는지 없는지가 결정된다. 즉, 소방차가 출동하여 5분만에 현장에 도착해야한다는 의미이면서, 동시에 이 5분이 “화재를 제압하는 골든타임”이 된다.
5분 이후는 모든 것을 태울 수 있는 화마(火魔)가 된다는 것이다. 그럼 5분 안에 소방차가 도차가하면 해결될 일 아닌가?라며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 소방차량은 3톤 내외의 물을 싣고 있는 중형차로, 점점 대형화되고 복잡해지는 현대 주거·도로 환경에 최적화되어 있지 않다. 또한 골목길 불법 주·정차, 출동 중 교통혼잡 등 여러 가지 제약이 걸린다. 이런 상황에서 소방관이 차에 타고 출발하여 현장에 도착, 호스를 전개해 방수하기 까지는 절대적으로 일정한 시간이 소요된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화재현장에 소화기가 있다고 생각을 해보자. 거실에서 불이 났다고 가정하고, 화재 초기에 몇 걸음만 걸어 가 소화기를 들고 안전핀을 뽑아 화점에 방사한다면 과연 그 시간은 얼마나 걸린다고 생각하는가? 1분 아니면 2분 정도일 것이다. 즉, 불길이 번질 시간을 주지 않는 것이다. 물론 소방대원들은 현장에서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인명과 재산피해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불길을 잡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소화기를 갖추지 않을 까닭은 없다.
보금자리가 하루 아침에 뼈대만 남았다면 우리는 당장 어디에 머무를 것이며 어디로 돌아갈 수 있겠는가? 그것이 내가 살던 집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 살을 떼어준 가족들마저 먼 곳으로 데려갔다면 그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오죽하면 “도둑은 하나만 훔쳐가지만 화마는 모든 것을 앗아간다”는 말이 있을까. 나는 소방관이다. 그러나 감히 이런 말을 하고 싶다. “항상 곁에 있는 소화기를 믿으라”고. 그만큼 필수적이며 가장 기초적인 화재진압도구이다. 다가오는 추석에는 집안에 듬직한 소방관을 들여 보는 것은 어떨까.
철원소방서 갈말119안전센터 소방위 최수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