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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기성 서장님 소방안전 기고문 전문입니다.
작성자
이옥경
등록일
2010-06-23
조회수
1215
내용

와우 강원뉴스 제28호(6월 22일 자)에 실린 김기성 서장님의 기고문입니다.

지면 관계 상 중략했던 부분이 인터넷 신문에는 전문 그대로 올라 있습니다. 좋은 글을 보내 주신 김기성 서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소방안전 특별기고> 소방안전대책 실패와 실수에서 배운다

 

                                        강릉소방서장 김기성

 

“사람은 누구나 실패를 한다.”는 말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실패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실은 어디선가 들어봤던 실패?실수라는 걸 알게 된다. 즉 “사람은 누구나 동일한 실패와 실수를 한다.”는 말이다.

 

부모는 언제나 “길가로 뛰어 나가면 위험하다.”고 자녀에게 주의를 준다. 마찬가지로 상사는 “그때의 경기 전환점과 비슷하다.”고 부하에게 충고한다. 주의를 주는 자신도 동일한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와 동일한, 그때와 비슷한 실패와 실수를 나열해 유형별로 분류하고 실패 유형을 숙지하고 있다면 실패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도 그만큼 높아지지 않을까?

 

대형 사고는 절대 갑자기 발생하지 않는다. 실은 이것이 대실패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보통은 유사한 작은 실수가 가끔 발생하고 그것을 눈여겨보지 않는 동안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눈 깜박하는 사이에 위험 요소는 언덕을 구르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대처할 틈도 없이 많은 사람이 희생된다. 그러므로 원인의 원인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연쇄반응의 시작점이 너무나 사소해서 그냥 지나쳐도 될 만한 경우가 태반이다.

 

소방조직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본인은 33년여 동안 각종 사건?사고현장에서 무수한 화재와 인명구조에서 쌓은 노하우로 ‘현장의 터줏대감’처럼 고도의 기능을 지니고 있지만 지식의 상호교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다가 실패?실수한 사례를 담은 정보 자료실이 없어 너무나도 안타깝다.

 

이러한 지식을 전달할 수 없다면 베이비붐 세대가 퇴직하기 전에 홈페이지에라도 지식을 선별하여 기록해두는 “실패 정보 자료실”을 설치해 우리 소방공무원 모두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해서 유사한 사고의 재발을 막아 인명피해를 줄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우리 강릉소방서에서는 홈페이지에 정보 공개하고 있는 대형건축물 40개소의 피난계획 및 구조도와 함께 화재 등 사건?사고의 내용과 실수한 자료를 시민들에게 전면 공개?숙독케 함으로써 자율적인 안전의식 함양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

 

그럼 기업 현장이나 건축물 방화관리자의 대실패의 원인은 무엇일까?

 

「실패100선-나카오 마시유키 지음」이라는 책에서는 그 첫 번째 원인을 34.8%로 가장 많은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 위험 예측 능력 부족(34.8%)으로 꼽고 있다. 적극적으로 일을 하고 있지만 위험예측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가 24%를 차지하는 것이 부분적 사고 정지(24%)이다. 적극적으로 일을 하고 있지만 부분적으로 사고가 멈춘 것이다.

 

세 번째가 16.7 %가 리더십 능력 부족(16.7%)이다. 자신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일을 하고 있지만 전체를 조종하는 리더십이 부족한 것이다.

 

네 번째가 15.4% 인 무사고 상태(15.4%)이다. 아무 생각 없이 틀에 박힌 일상적인 일을 하고 있다가 실패한 것이다.

 

다섯 번째가 전면적 사고 정지(9%)로, 적극적으로 일을 하고 있지만 전면적으로 사고가 멈춘 것이다.

 

이와 같이 실패나 실수에 대한 실무 엔지니어들의 예측능력이 없거나 부족할 때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음을 통계로 알 수 있다.

 

세계적인 대형사고 사례를 살펴보면, 먼저 타이타닉 호 침몰(1912년)사고를 들 수 있다.

 

영국 화이트 스타라인 사는 커나드라인 사와 여객선 대형화와 속도경쟁을 하였으며 사용하기 간편하도록 방수격벽이 상부 간판까지 뻗지 않는 설계구조를 선택했다.

 

여기에 과신에 찬 선장 스미스가 항해속도 22노트(약 40.7Km)기록 갱신을 노리며 1912년 4월 3일 뉴욕으로 처녀항해 길에 올랐고 4월 14일 빙산의 경고를 무시한 채 20.5노트로 속도를 높인 끝에 오후 11시 40분 37초 빙산에 충돌했다.

 

이 때 빙산이 스치고 지나간 배 끝 부분에 박혀 있던 리벳이 저온 취약성으로 빠져버렸고, 동판이 벗겨지면서 방수격벽 앞부분부터 물이 들어오기 시작해 2시간 후 배 앞쪽 끝부터 침몰, 바다 중앙에서 배가 절단돼 뒤쪽도 침몰됐다.

 

타이타닉 호에 준비돼 있던 구명보트 20개로 구사일생한 승객과 승무원의 수는 전체 승선 인원의 3분의 1에 불과했고 결국 1천517명이 사망하는 대형 참사를 빚었다.

 

타이타닉 호의 교훈은 상부 갑판에서 바라보는 경치를 살리기 위해 구명보트를 20개로 줄인 것이 결국 구명보트 부족으로 대형 참사를 불렀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세간에 회자되는 대형화재 역시 연소면적이 큰 화재가 아니라 대처할 방법이 없어 화재를 키운 사례가 빈번하다.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1986년) 사고도 마찬가지이다. 미국 케이프 나사 로켓 부스터의 연료를 밀봉하기 위한 고무링이 저온에서 굳어져 밀봉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자 발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연료가스가 유출되기 시작해 인화폭발을 했다.

 

승무원 7명 모두 사망한 이 사고 역시 경영진이 엔지니어의 경고를 묵살했다는 점에서 조직적 원인도 얽힌 사고였다.

 

이 사고는 모름지기 엔지니어는 작업 및 제품 내 위험을 초래한다면 최고 경영자의 명령을 거부하는 한이 있더라도 안전을 확보해야한다는 교훈을 남긴다.

 

일본 도쿄도 오타구 지역에서 일어난 호우로 인한 맨홀 익사사고(1985년)도 비슷하다. 호우로 인해 맨홀 뚜껑이 벗겨져 물에 잠긴 것을 알지 못했던 41세 남성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다가 맨홀 속으로 빠져 떠내려갔다.

 

이 사고는 역류를 막으려면 맨홀 뚜껑을 부상 방지형, 볼트 고정형, 격자모양의 개방형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교훈을 남겼고, 2천여 개의 맨홀 뚜껑을 교환하는 계기가 됐다.

 

2003년에 일어난 대구 지하철 화재참사도 종합 사령실의 늑장 대응으로 말미암아 마주오던 전동차가 역사로 진입하여 불이 번졌다. 모두 191명이 사망하고 116명이 부상을 입었다.

 

승객의 생사는 해정장치를 사용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었다. 그러나 문을 열었더라도 연기에 휩싸이기 전에 지하3층의 승강장에서 바깥으로 대피할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다. 실제로는 지하1층의 방화셔터가 너무 빨리 닫혔다.

 

무엇보다 기관사와 종합사령실이 즉시 대피하라는 명령을 머뭇거리면서 내리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다, 또 종합 사령실은 사고 후 비디오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사고의 과실 이상으로 비난받았다.

 

승객에게도 문제가 있었다. 잠시 기다리라는 안내방송을 고지식하게 믿었을 뿐 아니라 몇 분 후 연기가 안으로 들어오는데도 꼼짝 않고 기다리고 있었던 사람들이 많았다. 냉정한 상황 판단으로 연기를 보는 순간 즉시 대피했어야 했다.

 

1995년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도 크게 다르지 않다. 빌딩을 건설할 예정으로 공사를 진행하다가 갑자기 백화점으로 용도 변경한 것이 화근이었다.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기 위해 주 기둥을 없앴으며, 옥상에 대형 냉각 장치를 설치했다. 균열이 커지는 것을 발견했지만 영업을 강행, 폐점하기 직전에 무너져 501명이 사망했다.

 

1992년 당시 건설 중이던 신행주대교가 1,020m가량 무너졌다. 1994년에는 이용 중이던 성수대교가 48m가량 무너져 다리를 지나던 버스와 승용차가 한강으로 추락해 32명이 사망했다. 1970년대부터 다리가 8번이나 무너졌는데 특히 성수대교 붕괴로 국민들은 부실공사에 격분했다.

 

마지막 사례로 지진 해일 피해를 살펴본다. 1896년 일본 신주쿠 해안에서 발생한 지진이 거대한 해일을 몰고 와 파도 높이가 최고 38.2m에 달했고 2만2천66명이 사망했다. 이어 1933년 3월에는 리히터 규모 8.3의 대지진이 일어나 3천6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그로부터 70년 동안 일본은 신주쿠 해안의 방조제를 만리장성처럼 건설했다.

 

2004년 12월 26일 슈마트라 섬 북단 서쪽 해안에서 리히터 규모 9.0의 대지진이 발생했으나 300년 동안이나 해일을 경험한 적이 없었던 태국에서는 끌려가는 바다와 하얀 파도를 보고도 주민들이 대처하지 않았으며, 나무와 기와로 만든 집은 무너졌다. 사망자수와 행방불명된 자가 6만명에 이르렀으며 구조 활동이 진전되자 그 수가 20만명을 넘어섰다.

 

이와 같은 사례는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리히터 규모 4 이상의 지진이 발생해 지진해일 경보가 발령되면 20m 이상 높은 곳으로 대피해야 하며, 3층 이상의 철근 콘크리트 건물이 대피장소로 적합하다.

 

주민들에게 위험지도를 배포하고 평소 가상연습과 실제연습을 해 두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앞으로는 지구 규모의 광범위한 경보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무심코 실수하는 경우가 있다. 그것이 대형사고로 확산되지 않도록 최고 경영자는 과감하게 투자해야만 한다. 사건 사고와 같은 실패를 방지하려면 끈기나 의지를 강조하는 정신론뿐만 아니라 지혜를 모아 첨단장치를 개발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또한 실패 정보자료실과 같은 창구를 통해 모든 국민이 안전에 관한 지식을 습득케 해 각종 기계의 실패 3총사인 「피로?부식?마모」를 세심히 점검, 관찰하는 습관을 생활화 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원인에 의한 원인을 추적?전산화해 유사한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는 한편 우리 소방 내부의 작전 실패와 실수는 없었는지도 반성해 보고, 각종 현장대응에 소홀함이 없도록 소방안전 예방대책을 정립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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