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김시균
속초소방서장 |
경인년 새해를 시작하자마자 내린 눈은 서설(瑞雪)이라고 덕담하기에는 너무 많은 눈이 내렸으며, 휘감은 강추위로 사람과 생활주변을 온통 얼어붙게 만들었다.
언론에서는 연일 선진외국과 비교하며 지방행정기관들이 폭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질타하고 있다.
시민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아무 불편 없이 생활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행정기관의 역할이며 그 모든 것을 공무원이 다 해 주길 바란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러나 세상 삶이 모두 완벽히 준비되고 실행을 옮기기는 말처럼 쉽지가 않다.
재난현장의 긴급구조통제단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소방서장의 입장에서 이해를 구하고자 하면, 우리나라의 재난안전관리가 선진외국에 비해 국민이 우려하는 만큼 장비와 인력, 시스템이 뒤떨어져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새해벽두 지구촌에 몰아닥친 폭설과 한파로 인해 미국과 호주를 비롯한 유럽 등 세계각처에서 동사자가 속출하였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렇다할 동사 사고가 없으며 교통사정은 3일 정도 지나면서 안정을 되찾았다.
행정에서 모자란 것은 군인, 경찰, 의용소방대가 나섰으며 주민이 힘을 보탰다.
기온 급강하로 인해 산골마을은 취수원이 얼어붙어 소방차량이 급수지원에 나서고 있으나, 이는 지난해 태백시를 비롯한 영동남부지방 주민들이 겪었던 가뭄의 고통에 비하면 작은 것이요 오히려 봄 가뭄과 병충해 걱정을 더는 잘된 일이다.
산불만 해도 그렇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무리 큰 대형 산불이라도 이틀을 넘기는 경우가 없다. 국가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짧은 시간에 해결하지만 선국외국은 몇 주, 몇 달씩 산불이 꺼지지 않아 많은 인명과 재산 손실을 입는 사례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에 비교하면 우리나라 재난안전관리 체계는 선진국 수준이라 평가된다. 그러나 지난 12일 지구촌 아이티공화국에 발생한 지진 재앙처럼 재난양상은 짧은 시간에 대형화로 진행되어 사고초기에 완벽한 대처가 어렵다. 그렇다고 수많은 장비와 적정한 인력을 항시 준비해 두기에는 정부와 국민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수도권에서는 폭설 때문에 동네마다 눈을 치우는 문제로 이웃간에 시비가 끊이지 않았으며 급기야 소방방재청은 지방자치단체에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규정을 의견 수렴하여 입법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주민의 협력이 대단히 필요하다.
자, 이제부터 우리 모두 상부상조해 엄동설한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