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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8년"119삶"의 끝자락에서...
작성자
예방안전과
등록일
2014-12-26
조회수
749
내용

38년 “119삶”의 끝자락에서..

                                               속초소방서 서장 김시균

                                               (보도매체:2014.12.25강원도민일보,뉴스모아속초)

 

1977년 철없던 22살에 강원소방공채 1기 8명중 한명으로 시작한 소방공무원 생활 38년이 흘러 어느덧 반백의 초로가 되었다. 다시 평범한 사회인으로 돌아가려 하니 감회가 새로워 몇 자 적어 본다.

공기호흡기란 보호 장비가 없던 시절 군용 화물트럭을 개조하여 만든 소방차를 타고, 제대로 된 피복이 없어 사비로 군복을 사서 줄여 입고, 군용기동화를 야시장에서 구입해 신으며, 죽기 살기로 뛰어 다니던 초년 시절이 아련히 떠오른다.

솔직히 고백하건데 임용 후 박봉과 열악한 근무 환경에 실망하여 몇 번이고 사직서를 썼었다. 그럴 때 마다 선배들과 동료들의 격려와 위로에 힘을 얻어 마음을 다잡았었다. 수많은 위험한 현장들을 지나 무사히 오늘을 맞이하니 보살펴 준 동료들과 하늘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그래도 나는 아직 살아있지만 현장 활동 중에 순직한 후배 열 명은 말없이 대전국립묘지 소방관 묘역에 묻혀 있다. 가끔 이들의 넋을 기리고자 찾을 때 마다 고락을 같이 했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그때마다 의연하고 묵묵하게 이들 몫까지 내가 대신 해 나아가야 겠다라고 다짐하며 오곤 했다.

 

또한 명절 및 각종 자연재해 등으로 특별경계근무 기간에는 조상님 제사도 참석할 수 없는 죄 많은 후손으로, 타 관서를 옮겨 다니며 가정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그동안의 것들은 부모님과 가족 모두의 배려가 있어 업무에 충실할 수있었다고 생각하기에 집으로 돌아가는 날부터 몇 십 배 보상하려 한다. 사실 자신이 갖은 직업에 만족한다는 것은 쉽지않다. 그러나 나는 직장이 있어 부모와 가족을 봉양할 수 있었고, 혜택받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국가에 항상 감사함을 안고 살아왔다

 

3개 시군을 관할하는 속초소방서장으로 두 번에 걸쳐 4년 간 재직하면서 가슴에 새긴 한 마디가 있다. 속초소방서 현관 좌측 표지석에 적힌 ‘경애성신(敬愛誠信)’ 사자성어가 그것이다. 직원 상하 간 존경과 사랑으로 성실히 근무하면서 신뢰를 쌓아가자는 뜻으로 5년 전 청사 신축 입주 시 설치하였다. 출퇴근 길 마다 이 말을 가슴에 되새기며 지역 주민 안전을 내 가족처럼 지킨다는 일념 하나로 206명의 직원과 소통하며 최선을 다하였다.

떠나기 전 이글을 읽는 모든 분들게 당부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지금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을 이유로 숱한 인재(人災)를 겪어왔다. 그 때문에 어린 아이들과 국민들이 희생되는 슬품을 겪고있다. 다시는 이와같은 슬픔을 겪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민안전처를 발족한 지금 체험식 안전교육 확대 및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전환 역시 필요하다. 또한 각종 구조․구급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소방관들을 내가족 같이 아껴주시기를 부탁드려 본다.

 

38년 “119”의 삶을 회자정리하면서 3300명의 강원소방 후배들에게 무거운 짐을 물려주고 떠남에 미안한 마음이 금할 길이 없다. 하지만 훌륭한 후배님들이 도민의 안전 파수꾼으로 잘 하리라 믿기에 안심하고 떠날 수 있고, 야인이 되어서도 119가 잘 할 때마다 큰소리로 파이팅을 외치며 박수로 응원하리라. 선후배님들 덕분에 38년이 행복했었기에 감사의 인사를 드리면서 강원소방인 모두 행복하고 건승하시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