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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본문 시작1920년대는 놀라운 기술 발전의 시기였다. 기업들이 생산성과 능률성을 높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기술 개발을 지원했고 이는 국민 생활 수준 향상으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두드러졌던 건 자동차의 보급이었다. 헨리 포드(Henry Ford)는 컨베이어 벨트를 발명해 낮은 비용으로 높은 생산성을 갖는 생산시스템 구축에 큰 역할을 했다. 이런 포드주의는 곧 자본주의의 황금기를 가져왔고 효율성을 중시하는 자본주의를 대표하게 됐다.
자본주의에서 빠질 수 없는 단어는 무엇인가? 바로 가성비다. 가격 대 성능비의 줄임말로 저렴하면서도 효율이 뛰어나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비싼 물건은 품질이 좋고 싼 물건은 품질이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런 상식을 뛰어넘어 싸면서도 품질이 좋은, 즉 가성비 좋은 물건이 주목받고 있다. 가성비를 외치는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기업들도 생겨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샤오미와 다이소가 있다. 각각 전자제품과 생활용품 분야에서 다양한 편의와 기능은 물론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또 우리는 자본주의가 사랑하는 가성비를 찾아 아낌없는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
여기 가성비 좋은 물건을 사기 위해 열심히 발품 파는 사람들조차 모르는 물건이 있다. 바로 주택용 소방시설이다.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가까운 마트에서 단돈 3만원으로 구매가 가능하다. 반면 그 효과는 돈으로 헤아릴 수 없다. 주택용 소방시설이 내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속초의 고지대 주택 밀집 지역에서 발생한 화재를 집배원들이 소화기로 초기 진압해 인명피해를 막았다. 화재 장소는 소방차량 접근이 어려워 초기 소화 실패 시 연소 확대로 인해 막대한 재산ㆍ인명피해를 가져올 수 있는 곳이었다. 지난 1월 제주에서는 새벽에 불이 난 집에서 어린 딸이 감지기 경보음을 듣고 잠을 자던 일가족을 구했다.
이렇게 값싸고 효과가 좋으며 설치까지 간단하지만 설치율은 아직 미미한 실정이다. 2017년부터 모든 주택에 소방시설 설치가 법적으로 의무화됐지만 주택 10가구 중 4가구가 제대로 설치하지 않고 있다. 저조한 설치율은 그 위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당장 나에게 필요치 않고 자리만 차지한다는 인식 때문에 다음으로 미루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안전을 뒤로하면서 위험에 노출됐고 특히 겨울이 시작되는 지금 그 위험은 더욱 우리 주변을 맴돈다.
가성비라는 세 글자만큼 자본주의를 대변하는 단어가 또 있을까. 가성비는 더 이상 갖고 싶은 것과 하고 싶은 것에만 국한돼선 안 된다. 이제는 안전이라는 가치를 더해야 할 때다. 진정한 가치를 몰라본 것에 안타까워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가까운 마트로 몸을 움직이자. 화재로부터 걱정 없이 하루라도 빨리 주택용 소방시설을 설치해 위험으로부터 나와 우리 가족의 안전을 지키자. 단돈 3만원으로 내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최고의 가성비를 누리면서 우리만의 안전한 자본주의 황금기를 살아가자.
양구소방서장 한광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