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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민일보 ]
서서 자는 나무, 소방관에게 위로를
2009년 09월 29일 (화)
권혁인
지난달 5일 제작발표회를 가진 영화 ‘서서 자는 나무’의 촬영이 삼척시 일원에서 진행되면서 새삼 소방공무원들의 삶과 사랑이 관심을 끌고 있다. 무엇보다 삼척이 영화의 배경이 된다는 점에서 전 국민들에게 강원도를 알릴 또 다른 기회를 갖게 돼 삼척군수를 지낸 필자로서는 남다른 감회를 느낀다. 특히 영화나 드라마가 지닌 문화적 가치창출의 효과는 매우 크기 때문에 삼척과 강원도가 배경이 된 이번 영화제작에 또 다른 기대를 갖게 한다.
▲ 권혁인
전 행자부차관보(행정학 박사)
필자는 이 영화의 소재가 소방공무원들의 애환을 다뤘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간다. 소방관의 삶과 가족애를 다룬 국내외 영화는 여러 편 있었지만, 도소방본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삼척 소방방재산업연구지원센터, 소방방재산업단지, 삼척의 주요 관광지를 배경으로 제작된 영화는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소방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대부분 목숨을 아끼지 않는 희생정신의 소유자로 그려진다. 영화뿐만 아니라 현실세계에서도 소방관들의 활약상은 국민 모두가 인정할 만큼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돼버렸다. 그러나 늘 아쉬운 것은 주민생활 안전을 지켜내고 있는 소방공무원들의 역할에 비해 이들의 처우와 근무여건은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화재진압현장에서 소방관들의 사망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소방관들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처우를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아직 불충분하다는 것이 소방현장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소방공무원의 처우개선은 단순히 근무형태나 시간의 조정만으로는 부족하다. 우선, 처우개선에는 예산이 수반되는 일이기에 중앙정부를 비롯하여 국회와 지방자치단체, 언론 등 우리 사회 각계각층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 7월 황영철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소방공무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근무형태가 유사한 경찰공무원들처럼 3조 교대제와 주 40시간 근무 등 소방공무원의 처우개선에 초점을 맞춘 것은 매우 환영할 일이다. 예산부족과 혹은 공무원 정원 동결 방침 등을 이유로 소방관들의 근무여건 개선은 여전히 더딘 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의 관심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필자가 강원도 기획관리실장 재직시 소방관련 예산에 관한 한 조금이라도 더 배려하려고 노력했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각 자치단체들이 어려운 재정여건을 감안하더라도 예산 지원확대는 소방공직자들의 처우개선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일이다.
처우개선 외에도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 바로 의료복지이다. 24시간 맞교대 근무, 나이가 들어서도 똑같은 업무를 반복 수행하게 하는 인사시스템 등은 근무집중력을 떨어뜨리고 결국 소방공무원들의 건강에 적신호를 누적시킨다. 퇴직 소방공무원의 평균 수명이 58.8세에 불과하다는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의 분석은 이들의 근무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경찰병원, 국군병원처럼 소방관들의 의료복지를 담당할 ‘소방병원’의 설립은 소방관들의 위상에 비해 매우 늦은 감이 있다. 격무와 과도한 스트레스, 이로 인한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소방공무원들에게 필요한 의료복지공간 확보는 정부는 물론 우리 사회 모두가 나서서 하루빨리 실현해야 할 우선적 과제로 여겨야 한다.
묵묵하게 국민들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며, 늘 우리 곁에 있는 이들에 대한 처우개선과 복지증진은 이제 관심의 차원을 넘어서 필수가 돼야 할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영화 ‘서서 자는 나무’가 특별히 강원도 소방공무원들의 격무를 위로할 피로회복제가 되길 소망해본다.
[ 영월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