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 소방교 조성철
3월
봄이 오는 길가에는 땅속에 묻힌 갈색 유해들이 흐느끼고 있다.
꽃무덤 둘레 사람들이 모여들때마다 울리는 떨어져 나간 심장의 두근거림,
찾아오는 이 찾아올 이 검게 태워버린 우리의 수많은 우상이 되어버린
입맞춤과 마디 끝 전해오는 까칠한 생명의 끝자락 어미젖 물고 늘어지는
아이의 누렇게 물든 닳아빠진 틀니의 추억 붉게 물드는 유두의 망각은
유선을 따라 흐르던 잊어버린 젖내음 가득한 가슴싸개마냥 버려졌다.
겨우내 덮어버린 백색의 공포는 시간에 버려진 시간의 기억을
봄이 오는 길가에서 투명한 배설을 한다.
졸졸 흐르는 봄을 양분삼아 새싹이 움튼다.
4월
봄이 떨어진다.
먼지뒤덮인 구겨진 구두의 뒤축을 감싸고 있는 주름들 사이로
낙화처럼 떨어져 내린다.
주름을 채우고 있는(음영을 그리며 깊이 타고 들어가는)
햇빛을 타고 줄줄이 떨어져 내린다.
무릎 나온, 다려진 양복의 바지는 곡선의 미학을 가르치며
떨어져 내린 봄날의 햇살을 피해 저만치 고개 숙여 걸어간다.
종종걸음은 묵혀온 시간만큼
시큼한 발내음을 숨기듯 꽃잎사이로 숨어들어간다.
무릎아래 부여잡던 손은 이제 세상으로 내몰고
추억이 전하던 봄날의 소식은 깊어진 주름의 깊이를 알려준다.
화석들의 무덤속에서 흘러내려오는
유전의 꿈처럼 고전이 되어 살아난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과거의 곰삭은 시큼함은 배를 땅에 붙이고
비명을 질러되는 구두의 뒷태마냥 닳아서 그 소리마저
먼지처럼 봄날이 되어 흩어져 내려온다.
쌓인 눈이 녹은 거리에 흩어져 내리는
먼지는 골짜기사이로 더 깊을 주름이 되어 흩어져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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