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뉴스
[기고] 소방관도 살려주세요 |
조완구 춘천소방서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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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완구 춘천소방서장 |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아프거나 자력으로 탈출이 불가능한 일뿐만 아니라 모든 사건사고현장에선 119를 부르고 있다.
때에 따라선 본인들이 해야 할 자신의 아파트 키를 분실하고 119에 신고하여 열어 달라하는 것은 기본이고 하수구가 막혔느니 변기가 막혔으니 뚫어달라는 신고도 이어지는데 이는 성숙된 시민의식이라 할 수없어 자제되어야 할 것이다.
119에 신고해선 안 될 신고까지 폭주하다보니 오는 9월부터는 119에서 출동을 안 하게 된다.
그러나 자신이나 가족들이 아파서 급히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고 늦게 왔느니 이런저런 이유로 119구급대원들을 폭행까지 서슴치 않아 119구급차량에 CCTV까지 설치하게 되었다. 소방관서에선 이에 강력 대응하니 폭행자들은 뒤늦은 후회를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한번쯤 생각해보자. 눈코 뜰 사이 없이 긴장하며 출동에 출동을 반복하는데 늦장출동이란 있을 수 없다. 출동이 늦는 사유는 몇 가지 있을 수 있다. 교통이 혼잡하거나 무단 주정차하여 긴급차량이 신속히 출동하지 못할 땐 어쩔 수 없이 신속하게 출동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옴짝달싹 못할 땐 119대원들도 발을 동동 구르며 생명을 위협받으면서도 중앙선을 넘나든다. 우리 춘천소방서직원들은 ‘현장은 바로 우리 집이고 요구조자나 119를 요청하는 사람은 내 가족’이라 생각하고 대응한다.
며칠 전 화천군 사내면에서 심근경색으로 위급한 환자(73)가 신속한 신고를 하지 않고 자신이 다니는 교회목사님께 연락하여 통증을 호소하니 목사님께서 면지역 의원 두 곳을 찾았으나 모두 문이 닫겨 모 軍부대 응급실을 찾았다.
군의관은 상황의 긴박함을 감지하고 신속한 큰 병원으로 이송을 원하여 뒤늦게 119에 신고 되었다.
군의관은 우리 구급대원에게 신속한 병원도착만이 살릴 수 있다는 말에 우리 직원들은 귀중한 목숨을 살리기 위해 달리고 달려 도 교육청 교차로에 진입할 당시 적색신호지만 청색신호로 바뀔 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어 1,2차선에 신호대기중이 차량을 피하여 3차선으로 진입하는데 전면에서 좌회전하는 차량과 충돌하고 말았다.
군의관의 말과 구급차량에 설치된 응급환자 화상질의 시에도 신속한 병원도착만을 요구하여 귀중한 생명을 살려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과속 아닌 과속도 했지만 비까지 내리고 어둠까지 깔려 운전하는 날씨는 최악의 조건이었다.
그러나 잘못은 우리 직원에게 있었다. 신속한 출동은 좋지만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을 면할 길이 없게 된다.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께서는 긴급차량이 출동 시에 내 가족이 생명을 위협받고 긴급하게 병원으로 출동하거나 우리 집에 화재가 발생하여 출동한다는 생각으로 긴급차량출동 시에 양보운전을 당부합니다.
그리고 119대원 있는 현장엔 함께 있는 사람들이 갑자기 숨을 못 쉬어 쓰러지게 되면 모두 다 살릴 수 있지만 그 많은 사람들 중에 CPR(심폐소생술)을 할지 모르는 사람들만 있다면 소방관이 쓰러졌을 땐 그냥 죽어가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 심폐소생술을 익혀두었다가 우리 가족이나 주변에 급작스런 상황이 발생시 귀중한 생명을 구하여 그분의 은인이 되도록 합시다.
(글=조완구 춘천소방서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