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39층, 높이 117m에 이르는 강원도 내 최고층 아파트가 최근 춘천서 분양에 나서면서 초고층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4일 강원도 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현재 도내 11층 이상 아파트는 2천348개 동으로, 고가 사다리차가 닿지 않는 16층 이상 고층 아파트는 16.8%인 396개 동에 이른다.
그나마 보유 중인 고가 사다리차는 춘천, 원주, 강릉 등 9개 시군에 1대씩 모두 9대에 불과하다.
문제는 고가 사다리차는 최대 50여m 높이에서 인명 구조 시 바람이 불 경우 50㎝ 이상 좌우로 흔들리기 때문에 15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의 인명 구조와 화재 진압에는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이처럼 고층 아파트 화재 진압이나 구조 장비가 열악한 상황에서 이보다 더 높은 30층 이상의 초고층 아파트 건립은 적지 않은 우려를 낳고 있다.
2010년 10월1일 부산 해운대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에서 보여주듯 초고층 아파트는 화재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당시 4층에서 시작된 초고층 아파트 화재는 불길이 바람을 타고 수직통로를 통해 38층까지 급속히 번졌다. 수직통로가 화염의 통로가 된 셈이다.
이 화재를 계기로 지난 2월 30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에 대한 소방법이 개정됐다.
그러나 2015년 춘천시 온의동에 들어설 39층, 117m 높이의 도내 최고층 롯데캐슬 아파트는 법 개정 5개월 전인 지난해 9월 사업승인이 마무리돼 개정 소방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화재 시 효율적 진화를 위해 옥탑 층에 설치하는 소방용 물탱크나 특별 피난층 설계, 아날로그 방식의 감지기, 비상 전원유지 시간 강화 등 강화된 화재시설은 설계에 반영되지 않았다.
대신 화재 시 연기나 열기가 피난통로인 엘리베이터 통로로 확산하는 것을 방지하는 제연시설을 고층부와 저층부 2곳에 설치하겠다는 게 롯데캐슬 측의 설명이다.
롯데건설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라인당 1대의 제연설비를 지하에 설치하지만 이번 분양 아파트에는 고층부와 저층부 2곳에 설치할 예정"이라며 "제연설비 2대가 가동하면 연기나 열기가 피난 통로로 확산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관동대학교 보건환경공학과 김영덕(58) 교수는 "초고층 아파트는 화재 시 강한 상승기류가 형성되기 때문에 고층 주민의 연기질식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해안가보다 비교적 바람이 적은 춘천에서는 오히려 초고층 아파트가 주변 저층 지역의 통풍을 가로막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이처럼 초고층 아파트의 가장 큰 문제는 바람인 만큼 '풍(風) 환경영향평가'를 조례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