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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본문 시작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기 위해 각 가정에선 방한용품과 난방기기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난방용품으로 인한 화재가 꾸준히 발생하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따뜻한 나의 집은 가장 편하지만 때로는 사소한 부주의로 두렵고 무서운 공간이 될 수 있다.
2020년 화재통계에 따르면 전체화재(3만8659건)의 27.6%(1만664건)가 주거용 건물에서, 그 중 44.2%(4719건)가 공동주택에서 발생했다.
공동주택은 여러 사람이 상주하는 공간인 만큼 화재 시 인명피해 발생률이 높다. 다른 세대에서 화재가 발생해도 조기에 인지하지 못하면 피해가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주민은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에 어떤 피난시설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어야 하며 사용법을 숙지해야 사고 발생 시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다.
통계적으로 화재 발생건수는 감소 추세다. 그러나 사상자 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가연성 건축자재 사용 증가로 화재 발생 시 치명적인 유독가스가 다량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복잡한 건물구조와 급격한 연소 확대로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이 과거보다 짧아졌다. 화염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연기에 의한 질식 사망자가 많은 건 유효하게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이 과거보다 훨씬 짧아졌다는 걸 의미한다.
현행 ‘건축법’ 시행령 46조에 공동주택 중 아파트로서 4층 이상인 층의 각 세대가 2개 이상의 직통계단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 대피공간이나 경량칸막이 또는 하향식 피난구를 설치토록 규정하고 있다.
불이 나기 전에 일상 속에서 안전한 난방기구 사용이나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 등 화재 예방 활동을 해야 한다. 그러나 공동주택 화재 시 어떻게 해야 안전한 피난을 할 수 있을까.
우선 신속하게 현관으로 대피해야 하지만 화염 등으로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발코니에 설치된 경량칸막이를 부수고 옆 세대로 대피하거나 하향식 피난구를 통해 내림식 피난 사다리를 펼친 후 아래층으로 피난하면 된다.
대피공간은 화재를 차단하는 내화구조의 벽과 방화문으로 발코니에 설치해 연기에 의한 인명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공간이다.
1992년 이후 지어진 아파트에는 대피공간과 하향식 피난구, 경량칸막이 중 하나는 설치돼 있어야 한다. 화재 시 피난의 용도로만 사용해야 하나 대부분의 가정에선 가전제품, 수납장을 설치하거나 물건을 적치하는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경량칸막이의 경우 그 존재를 모르는 경우가 많고 인지를 하고 있어서 본래의 용도로 잘 관리한다 하더라도 이웃집에서 다른 용도로 사용한다면 피난이 쉽지 않다.
소방관서에서도 피난시설의 존재와 사용법을 지속해서 홍보하고 있지만 입주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인식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는 무용지물이 될 거다.
‘토영삼굴’이라는 사자성어가 생각이 난다. ‘토끼가 위험에 대비해서 미리 세 굴을 파 놓는다’는 뜻으로 자신의 안전을 위해 미리 몇 가지 술책을 마련한다는 뜻이다.
만일의 위급 상황에 대비해 우리집의 피난시설 위치를 확인하고 언제든 사용 가능하게 관리해두면 빛을 발할 일이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이웃에게까지 위치와 사용법을 알려준다면 가족과 이웃 모두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상 속 부주의가 쌓여 결정적인 순간에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우리 집에 있는 생명의 통로, 화재피난시설을 확인하고 잘 관리해 ‘화재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강원 인제소방서 김재운 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