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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제보다 오늘 더 건강하다면 된다" 신념으로 하루하루 살겠습니다.
작성자
박진선
등록일
2013-03-02
조회수
941
내용
항상 강원도민의 안전을 위해 밤낮으로 수고를 아끼지 않으시는 소방가족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늘 뒤에서 어머니 같은 마음으로 소방가족 모두를 보살펴주시는 오대희 소방본부장님, 최민철 영월소방서장님, 또 저를 위해 격려를 아끼시지 않으신 영월소방서 동료직원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 말씀드립니다. 항상 저에게 주시는 관심과 사랑에 대해 알릴 길이 없어 이렇게 글을 써 보았습니다.
유난히 무덥던 지난여름, 제 인생에 폭풍우가 몰아 쳤습니다.
재작년, 결혼을 며칠 앞두고 받은 직장인 건강검진 결과에 간에 작은 혹이 보인다는 걸 알았습니다, 결혼준비로 너무 바쁘기도 했고 근무지가 멀어 집사람과 따로 지내다보니 병원에 가봐야지 하고는 잠시 잊고 지냈습니다. 그러던 중 작년 건강검진 결과에서 같은 소견을 듣고는 검사를 다시 해보기 위해 원주 기독교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원주에서의 며칠에 걸친 검사의 마지막 날, 초음파 촬영을 마친 담당의사가 굳어진 얼굴로 다가와 입원해서 정밀검사를 해야겠다고 했습니다.
뭔가 심상치 않음을 깨닫고는 돌아오는 길에 서울 삼성병원에 예약을 하고, 이틀 뒤 검사를 받기위해 서울로 갔습니다. 빠듯하게 하루 종일 검사를 받고도 간 조직검사가 남아서 주말을 병원에서 보내게 되었지요, 검사 결과를 기다리던 중 누나와 아내와 함께 외출하기로 한 일요일 아침, 주치의가 조용히 따로 불러 아무래도 상황이 좋지 않은 것 같으니 알고 있으라며 악성종양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습니다. 만삭의 몸이라 힘들고 지쳤던 아내는 오랜만의 외출이라 마냥 들떠있었지만 저는 하루 종일 아무생각도 나질 않고 그저 혼란스러울 뿐이었습니다.
정신없이 외출을 마치고 병원에 돌아와 아내에게도 조심스레 상황을 알렸고, 뱃속의 아기와 힘들어하는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에 같이 부둥켜안고 밤새워 울었습니다.
다음 날 간 조직검사를 받고 2-3일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데 담당교수님은 매일 아침 회진 때마다 하루는 혈관종일수도 있다고 했다가 또 하루는 담도암인 것 같다고 했다가 하더니 결국 저에게 내려진 진단명은 유상피 혈관내피종이라는 이름도 생소한 희귀암 이었습니다.
간의 70-80%를 절제하는 수술을 하고 향후 항암치료를 하게 될꺼라고 했습니다.
저는 다시 일을 할 수 있는지와 운동을 할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꼭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고 싶었고, 늘 하던 것처럼 걷고, 뛰고, 산에 오를 수 있기를 바라는 제게 담당교수님은 간을 잘라내고 나면 아무래도 피로감을 쉽게 느끼기 때문에 교대근무는 하기 어려우니 사무직으로 바꾸는 게 좋겠고, 운동도 가벼운 걷기정도를 꾸준히 하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병이 낫는 게 중요하니 하는 수 없이 수술날짜를 잡고 퇴원하는데, 집사람이 아는 한의원에 한번 들러서 얘기라도 들어보고 가자고 했습니다.
어차피 수술하기로 마음먹었는데 괜히 흔들리기 싫어 거절하고 싶었지만 간절한 아내의 부탁에 그러자하고 별 기대감 없이 한의원으로 갔습니다.
결혼 전에도 아내의 권유로 한번 갔던 적이 있는 곳이었는데, 여러 가지 장비들로 다시 검사를 하고 피검사도 했습니다.
병원과는 달리 원장님이 자신 있게 치료가 가능하다고 하면서, 말기암환자들의 치료사례를 보여주면서 이 사람들보다 훨씬 덜 위험한 단계고 나이도 젊고 건강하니 수술하지 않고 나을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또다시 일을 할 수 있는지와 운동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돌아오는 대답은 이전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얼마든지 가능하고, 운동은 꾸준히 더 하고 등산도 많이 하면 좋다고 했습니다.
한의원의 치료비용은 보험적용이 되지 않아 굉장히 고액이었지만 그 두 가지를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저는 한의원에서 치료받기로 결심하고, 바로 다음날 입원해서 열흘간 집중 치료를 받았습니다.
집에 돌아와 시골집을 빌려 요양하며 한 달 가까이 지내며 병원에서 하던 치료를 꾸준히 했고 지금까지도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해나가고 있습니다.
물론 가족과 친구들의 강한 반대도 있었고, 걱정하는 시선들이 힘들었지만 끝까지 설득해보려고 노력했고, 스스로 건강해지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제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두 달 여 만에 직장에 복귀해, 예전과 같지는 않지만 최대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내려고 노력하고 있고, 동료 분들의 위로와 배려덕분에 힘을 얻고 생활해나가고 있습니다.
항상 제 곁을 지켜준 아내와 양가 부모님, 그리고 무엇보다 저를 믿고 기다려준 직장동료분들이 있었기에 여전히 힘든 치료과정이지만 지금까지 해 올수 있었습니다.
근무시간에도 종종 피로감 때문에 힘들어하는 저에게 늘 먼저 휴식을 권해주시는 동료분들 덕분에 하루하루 생활하고 있고, 또 이번에 이렇게 큰 도움까지 주셔서, 반드시 건강을 되찾아 모두의 기대와 응원을 저버리지 말아야겠다는 강한 책임감이 들었습니다.
어제보다 오늘 더 건강하다면 된다, 오늘보단 내일이다라는 신념으로 하루하루 살겠습니다.
걱정과 배려로 보살펴해주신 강원소방가족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첨부파일
초원백일_097.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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